어두침침한 하늘, 대낮에도 낮게 깔린 구름, 하루 사이 조금씩 변해서 햇빛과 바람, 비와 구름, 역무와 습기, 건조함과 축축함이 번갈아 나타나다가 마침내 흡혈귀들의 낮과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지금은 사라진 목소리들을 떠올립니다.
멤버간의 불화, 사운드의 고갈, 밴드 내에서의 불균형이 밴드의 해체 요인이라면 런던 스웨이드는 두 번째 정규 앨범 dog man star에서 그 불균형을 가장 아슬아슬하게 감지해냈던 밴드입니다. 사실 이 밴드는 앨범 발표 전 싱글 the drowners로 이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데뷔 앨범은 영국 차트 1위로 시작했었지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물어볼 수 있습니다. 성별이 불분명한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 이미지로 시작한 첫 정규 앨범의 스웨이드, 약물과 술, 파티, 샐러리 데이를 새터데이에 바치는 젊은이들의 밴드, 예쁘장하면서도 바이 섹슈얼한 이미지의 멤버로 구성된 이 밴드, 지금은 해체된 이 밴드가 영국 팝 씬에서 갖는 위치는 무엇일까요? 양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목소리는 이미 pet shop boys가 일구어냈습니다. 일렉트릭 역시 마찬가지이죠. 글램 록은 데이빗 보위였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는 오외이시스라 발음하고 오아시스라 일컫는 갤러거 형제들이 해냈습니다. 영국 차트 1위의 기록을 깬 것도 오아이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스웨이드에게는 비틀즈만큼의 혁신도, 오아시스와 블러로 대표되는 양자 대립의 구도도, 라디오헤드와 같은 모던함도 없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밴드 결성 당시 데이빗 보위 아류라고 불렸고 보위와 스미스를 적당히 섞은 듯한 사운드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서 기타리스트 버나드 버틀러는 the smiths의 기타리스트 Johnny Marr의 영향을 받았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렇다 하여 그들이 적당히 편한 길을 평화롭게 여행한 것은 아닙니다. 경계에서 그것을 그들만큼이나 잘 활용하는 밴드도 드물었을 겁니다. 밴드의 라인업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저는 브렛 앤더슨(보컬)-버나드 버틀러(기타)의 라인업에 가장 주목했더랬습니다. 퍼즈톤의 기타, 스물한 살이 되었냐고 묻는 보컬(스물한 살은 영국에서 법적 동성애가 가능한 나이입니다), 그루브감과 어쿠스틱, 신디사이저의 틈을 피아노와 드럼이 가끔씩 비집고 나옵니다. 이들의 첫 앨범은 감각적이고 패셔너블했으며 그 자체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웠지요. 헤밍웨이의 길잃은 세대가 나이 먹어 이미 늙어버린 1993년, 스웨이드는 한마디로 새로웠습니다. 그들은 브릿팝 최초의 스타 밴드이고, 모든 것을 휘감던 얼터너티브에 대한 대항이었으며, 글램 록과 글리터 록, 브릿팝과 얼터너티브를 아울렀지요. 다양한 장르를 조금씩 취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달까요. 이들이 1993년 첫 앨범으로 머큐리 음악상을 받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앨범 자켓에 대한 논란에 관해 브렛 앤더슨은 '나는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마약 우리가 구설수에 오르고 싶었다면 앨범명을 '난 개하고 성교한다(I fuck dogs)라고 지었을 것이다.'라고 했답니다.-위키백과
Won't someone give me a gun?
Oh, well it's for my brother
Well he writes the line wrote down my spine
It says "Oh do you believe in love there?"
So slow down, slow down, you're taking me over
And so we drown, Sir we drown, stop taking me over
Won't some one give me some fun?
(and as the skin flies all around us)
We kiss in his room to a popular tune
Oh, real drowners
So slow down, slow down, you're taking me over
And so we drown, Sir we drown
Stop taking me over
-drowners
밴드는 늘 변합니다. 변하지 않는 밴드가 있다면 그들이 하는 음악을 전 의심해 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웨이드의 팬들은 간단한 질문으로 그들의 계급을 나눕니다. 별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스웨이드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뭔지를 묻는 것인데, 대답은 주로 dog man star와 coming up으로 나뉩니다. 아실 겁니다, 당신도. 'coming up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경멸의 눈빛 87%와 한탄의 눈빛 12%, 대체 넌 뭐냐고 묻는 한숨 1%가 당신에게 쏟아진다는 것을. 저의 경우에는 coming up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쾌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허무하고 슬픕니다. 남는 것 하나 없는 클러빙 후의 일요일 늦은 밤 같은 느낌입니다. 간결하고 끈적이지도 않습니다. 깔끔한 복고풍까지 집어넣었다면 이해하실까요? 그에 반해 dog man star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몰락의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장대하고 거대해서 '어셔 가의 몰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들은 데뷔 앨범의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데뷔 앨범 drwoners가 약간 칭얼대는 느낌에 정돈이 덜 된 앨범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은 저음부를 확대하고 고음은 깔끔하게 끊어냈습니다. We are the pigs는 정규 앨범의 두 번째 곡이며(첫번째는 introducing the band) 여섯 번째 싱글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초기 스웨이드의 모든 것입니다. 대립하는 기타와 보컬, 간단하고 알아듣기 쉬운 가사, 영국 밴드들에게는 저는 두번째 앨범 징크스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보다 단단해지고 발전하는 사운드를 그들이 낼 수 있는 것은 기획사 체제가 아닌 밴드 멤버 중심의 사운드 양성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스미스, 커모션스, 보위, 펫 샵 보이스 지향의 런던 근거지로 활동하는 밴드에서 젊은 기타리스트를 구합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모인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밴드 멤버 구함. 보컬, 기타, 드럼, 베이스. 기획사에서 몇시부터 오디션'이라고 쓰인 광고를 보고 모인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와는 다를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브렛 앤더슨과 버나드 버틀러의 녹음은 이 정규 두번째 앨범이 끝이었으며 실황은 첫 앨범 발매 이후가 마지막이지요. 미디어에 친근하고 센세이셔널한 자세가 스웨이드의 정체성이라면 이는 곧 브렛 앤더슨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깁슨 ES355를 사용하며 전통적인 영국 팝 씬의 기타 사운드를 구현하며 정통적인 태도, 열린 접근, 이는 곧 두번째 앨범 전반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하고 폭넓은 사운드를 구현했지요. 펑크와 브릿팝, 실험적 사운드는 패셔너블 글리터 록과 스웨이드를 구분하는 하나의 축입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장대하고 아름다운 몰락을 보여주었습니다.
I know a girl she walks the asphalt world
She comes to me and I supply her with Ecstasy
Sometimes we ride in a taxi to the ends of the city
Like big stars in the back seat like skeletons ever so pretty
But where does she go?
And what does she do?
And how does she feel when she's next to you?
And who does she love in time-honoured fur?
Is it me or her?
I know a girl she walks the asphalt world
She's got a friend, they share mascara I pretend
Sometimes they fly from the covers to the winter of the river
For these silent stars of the cinema
It's in the blood stream, it's in the liver
I know a girl, she walks the arse felt world
But where does she go?
And what does she do?
And how does she feel when she's next to you?
And who does she love in time-honoured fur?
Is it me or is it her?
With ice in her blood
And a Dove in her head
Well how does she feel when she's in your bed?
When you're there in her arms
And there in her legs
Well I'll be in her head
Cos that's where I go
And that's what I do
And that's how it feels when the sex turns cruel
Yes both of us need her, this is the asphalt world
-The asphalt world
덧붙이는 이야기-아스팔트 월드는 내 하루하루의 삶 그대로를 표현한 것입니다.-브렛 앤더슨
스웨이드의 가사에 개, 말, 돼지 등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면, 그보다 많이 등장하는 것은 약물일 겁니다. ecstacy, speed, drug, pills, chemical smile, chemistry between us 등 약물에 관한 직간접적인 은유가 상당하지요. Living dead에서는 돈은 마약 사는 데 다 썼고, 우리는 하늘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coming up에서는 스웨이드는 런던을, 마약을, 젊음의 절망을, 제임스 딘의 스피드를, 조지아 오키프와 루돌프 누레예프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들은 리처드 오크스, 닐 코들링(드러머 사이언 길버트 사촌이라는데 키보디스트입니다)과의 공동 작업임이 확실합니다. 버나드 버틀러가 사라진 이후의 음악은, 밝고 경쾌해요. 매끄럽고 쏙 들어가는 사운드입니다. 이펙트를 활용했고 모던한 팝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죽을 만큼 열심히 지치게 일하고 금요일 밤, 토요일 밤을 계절을 잊은 파티 드레스를 입고 누군가를 만나지만 아무 것도 채울 수 없다는 허무함을 이야기한 이 앨범은 펄프, 소닉 유스와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했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데릭 저먼(DJ라는 이니셜로 등장합니다), 랭보, 모리씨, 토마스 만 까지도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순서대로 안개 낀 런던, 런던(모리씨 노래), He's dead(베니스에서의 죽음에의 성적 함의) 등을 떠올리면 그렇다는 겁니다. 어쨌든 세 번째 정규앨범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브렛 앤더슨은 아직 지나친 흡연에도 목소리가 괜찮았고, 닐 코들링은 무심했고, 밴드는 다시 한 번 더 현대적인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들의 진정한 sophomore jinx는 그 다음이었지요.
"it's always important that when people see you, they see something of the music in you. It's always kind of disconcerting when you see an artist and they've made a record that you like, and you look at them and you wonder how they could have made the record. For me, I just try to look good. I've always dressed the same way."-Brett anderson, NY Times interview, 1995.
Maybe, maybe it`s the clothes we wear,
The tasteless bracelets and the dye in our hair,
Maybe it`s our kookiness,
Or maybe, maybe it`s our nowhere towns,
Our nothing places and our cellophane sounds,
Maybe it`s our looseness,
But we are trash, you and me,
We`re the litter on the breeze,
We`re the lovers on the streets,
Just trash, me and you,
It`s in everything we do,
It`s in everything we do
Maybe, maybe it`s the things we say,
The words we`ve heard and the music we play,
Maybe it`s our cheapness,
Or maybe, maybe it`s the times we`ve had,
The lazy days and the crazes and the fads,
Maybe it`s our sweetness,
But we`re trash, you and me,
We`re the litter on the breeze,
We`re the lovers on the street,
Just trash, me and you,
It`s in everything we do,
It`s in everything we do
instrumental break
But we`re trash, you and me,
We`re the lovers on the street,
We`re the litter on the breeze
Just trash, me and you,
It`s in everything we do,
It`s in everything we do
ah you and me,
We`re the lovers on the streets,
We`re the litter on the breeze,
ah you and me,
It`s in everything we do,
It`s in everything we do.......
ah you and me...
-trash
덧붙이기-닐 코들링은 나의 도리언 그레이입니다.-브렛 앤더슨 인터뷰에서.
90년대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는 1999년 head music, 2002년의 new morning을 남기고 해체를 맞이합니다. 아, 물론 그전, 1997년의 sci-fi lullabies도 있습니다만 이 앨범은 싱글의 b-side 곡들을 모은 앨범이었지요. 한국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싱글이 이 앨범에 다 수록되었는데 특이할 만한 것은 이 앨범 수록곡인 Saturday night은 닐 테넌트가 함께 하기도 했다는 것. 라디오헤드의 블러 커버라든지 블러의 오아시스 커버, 콜드플레이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커버 등은 지금 들어도 재미있듯이 이런 소소한 재미는 꼭 잡지 부클릿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러나 헤드뮤직에서 밴드 역사상 가장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면, 밴드 역사상 가장 결속력이 떨어지는 앨범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뉴 모닝의 강한 어쿠스틱 사운드, 차분해진 보컬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스웨이드의 마지막은 아쉬운 감이 있었어요. 3년 만의 컴백이 허스키로 이어진 다음에는 팬들에게 남은 길은 90년대의 음반들입니다. 뉴 모닝에서 그들은 차를 살 수도, 모든 걸 가질 수도, 하늘을 뚜벅뚜벅 걸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벽을 바라보고만 있어. 난 이제 가야 하는데. 라고 말합니다. 정말, 이제 가야겠습니다.
그러나 2013년 3월, 그들의 신규 bloodsports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한 지금, 아마 drowners와 dog mans star를 듣고 beautiful ones를 흥얼거리던 팬들의 마음이 살짝 걱정으로 덮힌 채 설레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겁니다. 지금의 라인업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키보디스트 알렉스 리가 탈퇴하고 다시 닐 코들링이 돌아온 라인업. 즉, 커밍 업, 헤드뮤직의 그 라인업입니다. Drowners의 그들은 이제 거의 50이 다 되었고 그들을 듣던 팬들도 지금 앞자리 숫자가 달라졌겠습니다만,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그들의 음악은 분명 제네바, 맨선, 스트레인지 러브(한국에는 데이드림) 등의 밴드에 영향을 주며 살아남았어요. 이제 앞으로의 앨범을 들어볼 일입니다. 그래야 더 명확해지겠지요.
종종 궁금합니다. 이들을 기억하고 아직도 drowners와 so young, flimstar를 듣는 이는 나 혼자인지. 그때 이 음악을 함께 듣던 이들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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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아직 예약이 걸려있지 않아 아마존에서 발췌)
아티스트란 아이디어를 통해 재창조하는 사람이다. 모방과 오리지널의 경계를 구분지을 수는 없다. 모두 의혹일 뿐이다. 누구라도 순수하게 오리지널일 수는 없다. 만약 자신이 완전한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완전한 거짓말쟁이거나 허풍쟁이이다. 언제나 관건은 어떻게 자신이 영향받은 것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가의 문제다.-브렛 앤더슨.